FASHION
카고가 돌아왔다
카고 팬츠의 호기로운 귀환 그리고 카고 포켓의 재발견
MIU MIU
자유로움의 상징이자 1990년대 스트리트 룩의 정점을 찍었던 카고 팬츠가 돌아왔다. 2022 F/W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카고 팬츠가 더 다양한 형태의 포켓을 장착하고 2023 S/S 런웨이를 대거 장식한다.
화물, 짐을 뜻하는 카고를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 시작을 짚을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영국군이 주머니가 달린 팬츠를 입은 것이 시초다. 이후 미국 군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플랩이 달린 포켓으로 변형됐다. 그것이 지금의 카고 포켓과 가장 유사한 디자인이고 카고 팬츠 하면 카키색이 떠오르는 이유다. 카고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워크웨어에 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팬츠에 국한되었던 카고 포켓이 아우터, 원피스, 셔츠 등으로 이동하면서 케케묵은 밀리터리 무드를 벗어던졌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큰 포켓 사이즈는 꽤 새롭기까지 하다. 미우미우가 2023 S/S 컬렉션에 카고 포켓을 대량 적용하면서 유행을 견인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미니스커트의 한 면을 다 차지하는 맥시 사이즈의 포켓이 포인트. 여기에 브라 톱 또는 오버사이즈 재킷과 매치해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실루엣을 상쇄했다. 루이 비통은 하의뿐만 아니라 상의에도 볼륨감 넘치는 포켓을 장식해 밝고 경쾌한 무드를 자아내고, 로에베는 바버 재킷에 볼드한 포켓을 추가해 유니크한 실루엣을 제안한다.
레더, 실크, 나일론 등 다채로워진 소재 역시 카고 포켓의 달라진 분위기에 한몫한다. 하늘거리는 새틴 소재 팬츠에 평면적으로 변형된 카고 포켓을 가미한 펜디는 몸집이 커 보일 수 있는 카고 포켓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며 우아한 면을 부각시켰다. 지방시는 펜디와 다른 방법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터프한 카고 팬츠와 상반되는 트위드 재킷 또는 프릴 디테일의 시폰 소재 블라우스를 매치했다.
각양각색의 카고 포켓과 함께 패션 하우스마다 다른 스타일링 방법이 존재하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특징이 있다. 카고 룩에는 별도의 백을 더하지 않았다는 것. 카고는 립스틱, 카드 지갑같은 소지품을 거뜬히 넣을 수 있어 가방, 파우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이는 가방을 꼭 매치해야 한다는 스타일링의 편견을 완벽히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굳이 가방을 고집해야겠다면, 마이크로 미니 백을 들어 카고 아이템의 유용한 쓰임새를 누려보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그리고 내년에도 디자이너들의 남다른 카고 사랑은 유효할 전망이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카고 포켓이 선사하는 두 손의 자유에 익숙해지는 것.
왼쪽부터 FENDI, GIVENCHY, LOUIS VUITTON
왼쪽부터 STELLA McCARTNEY, MIU MIU, LOEWE
왼쪽부터 STELLA McCARTNEY, FENDI, GIVENCHY
Editor
KIM HA YAN